Contents
의료인 대상 생활습관의학 보드인증전문의 과정, 영양과학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생활습관의학에서 음식은 조언이 아니라 처방입니다. 🤔 의학은 약을 배우는데, 왜 음식은 충분히 배우지 못했을까?📌 생활습관의학은 무엇을 치료할까?⭐ 정말 음식으로 질병이 달라질 수 있을까?1️⃣ 고혈압, 식사 자체가 혈압을 바꿀 수 있습니다2️⃣ 고지혈증, 식탁을 바꾸면 LDL도 움직입니다3️⃣ 제2형 당뇨병은 이제 ‘평생 악화만 되는 질환’으로만 보지 않습니다4️⃣ 심혈관질환도 생활습관 변화에 반응합니다🍀 그래서 저는 ‘영양학’보다 ‘영양처방’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그렇다면 암환자의 영양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음식은 약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의 빈칸을 채웁니다✍🏻 생활습관의학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의료인 대상 생활습관의학 보드인증전문의 과정, 영양과학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생활습관의학에서 음식은 조언이 아니라 처방입니다.
최근 생활습관의학 보드인증 자격 과정에서 영양과학 파트 3시간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보드전문의자격을 준비하는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과 생활습관의학에 관심이 많은 건강관련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입니다.
3시간 동안 다룬 주제는 꽤 넓었습니다.
영양과학(Nutritional Science)에서 시작해 영양처방(Nutrition Prescription), 요리의학(Culinary Medicine), 면역영양학(Immunonutrition), 의학영양요법(Medical Nutrition Therapy)까지.
하지만 이 모든 분야를 관통하는 질문은 사실 하나입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 실제로 질병의 치료 과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생활습관의학에서는 이 질문에 꽤 분명하게 답합니다.
음식은 단순히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만성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의학적 도구입니다.
미국생활습관의학회(ACLM)는 영양을 생활습관의학의 핵심 치료 요소로 다루며, 적절한 경우 식사와 생활습관 중재를 통해 심혈관질환, 제2형 당뇨병, 비만, 고혈압과 같은 생활습관 관련 만성질환을 치료하고 관해 또는 역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 의학은 약을 배우는데, 왜 음식은 충분히 배우지 못했을까?
강의 중 꼭 이야기하고 싶었던 내용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음식을 먹습니다.
고혈압 환자도 먹고, 당뇨병 환자도 먹고, 암환자도 먹습니다.
그런데 정작 현대 의학교육에서는 영양학 교육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있어 왔습니다.
과거 미국 의과대학을 조사한 연구를 보면 독립된 필수 영양학 과목을 운영했던 학교는 약 25%, 권고된 최소 25시간 이상의 영양교육을 실시했던 학교도 약 27%에 불과했습니다.
즉, “미국 의대 교육의 25%가 영양학”이라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입니다.
질병과 영양의 관계는 매우 중요한데도 의학교육에서는 영양을 충분히 가르치지 못해 왔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생활습관의학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채소 많이 드세요.”
“싱겁게 드세요.”
이 정도의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환자의 질환과 대사 상태를 보고 어떤 식사 패턴을 어느 정도의 강도로 적용할 것인가를 치료 전략의 일부로 생각합니다.
이것이 제가 강의에서 강조한 영양처방입니다.
📌 생활습관의학은 무엇을 치료할까?
생활습관의학은 단순히 “건강하게 살아보자”는 웰니스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미국생활습관의학회는 생활습관의학을 근거에 기반한 치료적 생활습관 중재를 이용해 만성질환의 근본 원인을 다루는 의학 분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여섯 가지 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영양
- 신체활동
- 충분하고 회복적인 수면
- 스트레스 관리
- 건강한 사회적 관계
- 담배와 과도한 음주 등 위험물질 회피
이 가운데 제가 가장 오랫동안 연구하고 상담해 온 분야가 바로 영양과 식사입니다.

⭐ 정말 음식으로 질병이 달라질 수 있을까?
여기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 시작됩니다.
“식사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실제 연구에서도 효과가 나타나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영양과 생활습관의 효과는 단순한 경험담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닙니다.
수십 년간 진행된 대규모 관찰 코호트 연구에서 특정 식사 패턴과 질병 위험의 관계가 반복해서 관찰되어 왔고, 더 나아가 사람을 실제로 중재군과 비교군으로 나누어 확인하는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에서도 식사 변화에 따른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체중, 심혈관 위험지표의 변화가 확인되고 있습니다.
제가 환자들에게 이야기하는 내용과 세계의 수많은 영양학 연구가 점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이유입니다.
1️⃣ 고혈압, 식사 자체가 혈압을 바꿀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연구가 바로 DASH 연구입니다.
DASH는 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의 약자로, 말 그대로 고혈압을 낮추기 위한 식사 접근법입니다.
과일과 채소, 통곡물 등을 충분히 섭취하고 포화지방과 나트륨 등을 조절하는 식사 패턴이 혈압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무작위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이후 DASH-Sodium 연구에서는 나트륨 섭취를 함께 낮췄을 때 혈압 감소 효과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고혈압 환자에게 식사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단순한 덕담이 아닙니다.
혈압 치료의 한 축입니다.
2️⃣ 고지혈증, 식탁을 바꾸면 LDL도 움직입니다
콜레스테롤도 마찬가지입니다.
Portfolio Diet 연구에서는 수용성 식이섬유, 견과류, 식물성 단백질, 식물스테롤 등의 콜레스테롤 저하 식품을 조합한 식사 중재를 시행했습니다.
6개월 무작위 대조시험에서 Portfolio 식사군은 대조식보다 LDL 콜레스테롤이 유의하게 더 많이 감소했습니다.
흥미로운 초기 연구에서는 매우 적극적으로 구성한 Portfolio 식사에서 단기간 LDL 감소폭이 스타틴 치료군과 비슷한 수준으로 관찰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것이 약을 임의로 중단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약물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약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식사를 치료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 가지입니다.
음식도 충분히 강력하게 구성하면 생체지표를 실제로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3️⃣ 제2형 당뇨병은 이제 ‘평생 악화만 되는 질환’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제2형 당뇨병 분야에서는 더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단순히 “혈당을 잘 관리한다”를 넘어 일부 환자에서 당뇨병 관해(remission)를 치료 목표로 논의합니다.
특히 발병 초기의 제2형 당뇨병에서 충분한 체중 감소와 대사 개선이 이루어질 경우 약물 없이 일정 기간 당뇨병 진단 기준 아래의 혈당을 유지하는 관해가 가능하다는 연구들이 축적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당뇨가 완치됐다”가 아니라 대사환경이 바뀌면 질병의 진행 방향도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생활습관의학에서 말하는 질병 역전의 핵심 개념입니다.
4️⃣ 심혈관질환도 생활습관 변화에 반응합니다
Dean Ornish 연구팀의 Lifestyle Heart Trial은 생활습관의학 역사에서 매우 유명한 연구입니다.
식사 변화뿐 아니라 운동, 스트레스 관리, 금연, 사회적 지지까지 강도 높게 적용한 무작위 대조시험에서 일부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관상동맥 죽상경화가 퇴행할 가능성이 관찰되었습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이것입니다.
병이 생긴 뒤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입니다.
혈관은 콘크리트 수도관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대사하고 반응하는 살아 있는 조직입니다.
식사, 운동, 수면, 스트레스, 흡연 같은 환경이 달라지면 혈압과 혈당, 혈중지질, 염증, 혈관내피 기능도 함께 달라질 수 있습니다.
🍀 그래서 저는 ‘영양학’보다 ‘영양처방’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영양소의 기능을 배우는 것이 영양과학이라면,
환자의 질병과 대사 상태에 맞춰 실제 식사를 설계하는 것이 영양처방입니다.
그리고 그 처방을 환자가 자신의 부엌에서 실제 음식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만드는 분야가 요리의학(Culinary Medicine)입니다.
요리의학은 의학의 과학과 음식·조리의 실제를 결합해 “그래서 이 환자는 오늘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려는 분야입니다.
여기에 질병과 치료 과정에서 면역과 염증, 단백질 대사, 지방산 등의 관계를 다루는 면역영양학, 질환별로 치료 목적의 영양중재를 적용하는 **의학영양요법(MNT)**이 연결됩니다.
제가 이번 3시간 강의에서 영양과학부터 영양처방, 요리의학, 면역영양학, 의학영양요법까지 함께 이야기한 이유입니다.
각각 다른 학문처럼 보이지만 결국 한 곳에서 만납니다.
환자가 무엇을 먹어야 실제로 몸의 상태가 달라질 수 있는가?

🔎 그렇다면 암환자의 영양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제가 진행하고 있는 암환자 식이영양상담 역시 이러한 생활습관의학과 영양과학의 근거를 바탕으로 합니다.
다만 암에서는 한 가지를 분명하게 구분해야 합니다.
고혈압이나 제2형 당뇨병처럼 “식사로 암을 역전시킨다”고 표현하는 것은 현재 근거 수준을 넘어서는 이야기입니다.
암의 치료는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표적치료, 면역항암치료 등 종양학적 치료가 중심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영양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암환자에게는 진단 직후부터 영양상태를 평가하고, 치료 과정에서 체중과 근육을 유지하며,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고, 치료 부작용으로 인한 섭취 저하와 소화 문제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암학회 역시 암 진단 후 가능한 일찍 영양 선별과 평가, 상담을 시작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건강한 식사와 신체활동이 암 생존자의 전반적인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고 일부 암에서는 재발 및 사망 위험 감소와 관련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저는 암환자 상담에서도 단순히
“이 음식은 암에 좋습니다.”
“이 음식은 먹지 마세요.”
이렇게 접근하지 않습니다.
현재 치료는 무엇인지, 체중은 유지되고 있는지, 근육은 감소하고 있지 않은지, 소화와 흡수 상태는 어떤지, 단백질과 에너지는 충분한지, 채소와 과일을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는지, 지방의 종류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함께 봅니다.
같은 암환자라도 모두 같은 식단을 먹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 음식은 약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의 빈칸을 채웁니다
저는 생활습관의학을 공부하고 강의하면서 한 가지 확신이 더 커졌습니다.
현대의학과 영양의학은 서로 경쟁하는 분야가 아닙니다.
항암제가 필요한 환자에게 항암제가 필요하고, 혈압약이 필요한 환자에게 혈압약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약을 처방하면서 매일 세 번씩 몸속으로 들어오는 음식에 대해서는 아무런 전략이 없다면 치료의 중요한 한 부분을 놓치는 셈입니다.
우리는 1년에 몇 번 약을 먹는 것이 아닙니다.
음식은 매일, 하루에도 여러 번 몸의 대사환경과 만납니다.
그래서 생활습관의학에서는 식사를 단순한 생활습관이 아니라 치료 가능한 변수로 바라봅니다.
그리고 저는 앞으로도 영양과학의 연구를 실제 환자의 식탁으로 연결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논문 속 영양학이 부엌으로 내려오고,
부엌의 음식이 다시 세포의 환경을 바꾸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영양처방과 요리의학, 그리고 제가 암환자 식이영양상담에서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 생활습관의학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무슨 약을 먹어야 할까요?”만큼 앞으로 중요해질 질문이 있습니다.
“나는 오늘 무엇을 먹고,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자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질병을 치료하는 의학에서
건강을 회복시키는 의학으로.
그 변화의 중심에 생활습관의학과 영양처방이 있습니다.
Share article